약 한 달 전, 손열음 리사이틀 예매에 성공했다는 글을 쓴 적이 있다.
그 당시에는 공연일이 멀게만 느껴졌는데, 시간이 쏜살같이 지나가 벌써 일주일도 남지 않았다.
손열음 리사이틀 공연에 대한 내용은 아래의 이전 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오늘은 9월 30일 리사이틀에서 연주될 프로그램에 대해 소개하려 한다.
2021.08.30 - [취미/클래식] - [공연] 손열음 피아노 리사이틀 예매 성공
9/30 프로그램
- 카푸스틴 문 레인보우
- 볼콤 우아한 유령
- 볼콤 폴터가이스트
- 셰드린 두 개의 폴리포닉 소품들
- 히르츠 오즈의 마법사 환상곡
- 카푸스틴 소나티나
- 카푸스틴 소나타 2번 (1~4악장)
- 카푸스틴 변주곡
플레이리스트
위 프로그램의 곡을 모아둔 플레이리스트이다.
모든 곡을 연속으로 듣고 싶을 경우에는 이용하길 바란다.
https://youtube.com/playlist?list=PLUxwHZr_wj-liDYNhsHwaTFeJK9y76EUA
곡 소개
1. 카푸스틴 - 문 레인보우 (Moon Rainbow, Op. 161)
음의 전개와 리듬은 재즈인데, 클래식 형식이 느껴진다.
카푸스틴이라는 작곡가의 특징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곡이다.
메인 주제를 찾기 어려워서 곡이 어디까지 진행되었는지 알기 어렵다.
독특한 멜로디에 이끌려 듣다 보면 어느새 곡이 마무리된다.
한 가지 팁이 있다면 곡이 느려지고 잔잔해지면 곡의 막바지라는 점이다.
https://youtu.be/XRY_82QzUUs
2. 볼콤 - 우아한 유령 (Graceful Ghost Rag)
내가 이틀에 걸친 리사이틀 중 30일 공연을 선택한 가장 큰 이유이다.
'우아한 유령'에 대한 글은 이미 한 번 적었기에, 상세한 내용은 하단 글을 참고하기 바란다.
2021.09.10 - [취미/클래식] - [클래식추천] 우아한 유령 (Graceful Ghost Rag)
곡은 3개의 주제로 나누어 볼 수 있다.
1번 주제는 곡 시작에 발랄하게 들려오는 도입부이다.
래그(Rag) 형식이라 왼손의 점핑이 리듬을 만들고, 오른손의 선율이 아름답게 들려온다.
도돌이표로 2번 반복되는데, 금세 멜로디에 익숙해진다.
1번 주제는 곡 마지막에 다시 나타나고, 이후 곡이 마무리된다.
2번 주제는 1번 주제에 바로 이어서 나온다.
똑같이 래그(Rag) 형식이라 자연스럽게 이어지는데,
멜로디가 좀 더 낮게 음에서 이어지며 다소 쉬어가는 느낌이 든다.
이 주제 또한 도돌이표로 2번 반복된다.
3번 주제는 1,2번과는 정말 다르게 전개된다.
왼손의 점핑이 대부분 사라지고, 오른손과 함께 아름다운 멜로디를 그린다.
우아하게 흐르는 선율은 자연스럽게 1번 주제로 이어진 후 곡은 마무리된다.
https://youtu.be/0TVDD6asUOg
3. 볼콤 - 폴터가이스트 (The Poltergeist)
이 곡도 '우아한 유령' 글에서 잠시 언급되었던 곡이다.
볼콤의 '3개의 유령 래그' 중 하나이며, '우아한 유령'과 함께 작곡된 곡이다.
곡의 도입부는 기묘한 음과 리듬으로 우리의 귀를 사로잡는다.
왼손의 점핑과 오른손의 톡톡 튀는 멜로디는 마치 꼬마유령 캐스퍼가 뛰어노는 것 같다.
도돌이표로 도입부가 2번 반복되면, 또 다른 주제가 나온다.
화려한 화음을 선보이면서 귀신들의 장난을 또 한 번 돋보이게 한다.
이후 분위기가 반전된다.
낮은음으로 멜로디가 이동하고, 잠시 쉬어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러다 갑자기 멜로디가 높은음으로 옮겨가고, 사건이 터지는 듯 낯선 화음과 순간의 정적이 다가온다.
이 부분에서는 유령들이 서로 부딪히거나, 벽에 부딪혀 마법처럼 사라지는 모습이 상상된다.
이렇게 처음부터 끝까지 장난스러운 모습을 보여주다가 마무리가 된다.
https://youtu.be/LEiuXjSf8tY
4. 셰드린 - 두 개의 폴리포닉 소품들 (Two Polyphonic Pieces)
분명 다른 작곡가인데, 이런 비슷한 곡은 어떻게 찾았을까?
이 곡도 폴터가이스트처럼 장난스러우면서도 묘한 분위기를 연상시킨다.
도입부의 멜로디는 '톰과 제리'의 제리처럼 작은 친구들이 통통 튀며 움직이는 것 같다.
그러다 갑자기 화려하게 터지고는 다른 멜로디로 넘어간다.
좀 더 다이내믹하게 전개되는데, 강약이 번갈아 가며 나오기에 더 극적으로 들려온다.
(이 강약 조절이 피아니스트의 어려움 중 하나일 것 같다.)
https://youtu.be/6rMVxDGVDNY
(링크를 클릭하면 영상 시청 가능합니다)
5. 히르츠 - 오즈의 마법사 환상곡 ('Wizard of Oz' Fantasy)
제목은 내가 잘 알고 있는 '오즈의 마법사'인데, 곡을 들어보면 그렇지 않다.
이게 이렇게 어려운 곡이었나?
곡 도입부에서는 '오즈의 마법사'인 줄도 몰랐다.
웅장하게 퍼지는 음들은 우리를 마법의 세계로 데려가는 소용돌이 바람 같다.
그러다 도착한 저 너머의 세계.
익숙한 'Over the rainbow' 멜로디가 들려온다.
새로운 세계의 모험을 보여주듯, 발랄한 멜로디가 이어진다.
'Over the rainbow'처럼은 아니지만 역시 익숙한 멜로디가 곳곳에 들린다.
그러다 분위기가 반전되며 급박한 멜로디가 나오는데 위기를 맞이한 듯한 모습이다.
하지만 모든 절정이 지나고 나면, 다시 밝은 멜로디가 나오면서 동화처럼 해피엔딩으로 끝이 난다.
https://youtu.be/NTo8M5g352g
6. 카푸스틴 - 소나티나 (Sonatina, Op. 100)
이번 프로그램 중 내가 특히 좋아하는 곡 중 하나이다.
처음에 들려오는 왼손, 오른손 하나의 멜로디가 인상적이다.
우리가 어릴 적 피아노 학원에서 한 번쯤은 배웠을 소나티네 형식이라, 곡의 진행이 익숙하게 느껴진다.
그러나 그 와중에 재즈풍이 가미되면서, 현대의 세련함이 보인다.
몇 번만 들으면 금세 멜로디가 익숙해져서, 가기 전에 한번 들어보기를 추천한다.
https://youtu.be/IppnxXyrK3Q
7. 카푸스틴 - 소나타 2번 (Piano Sonata No. 2 in E Major, Op. 54)
I. Allegro molto
처음에 빠르게 몰아치는 도입이 인상적이다.
그리고 나오는 주 멜로디는 뒤에서 계속 반복되면서 금세 귀에 익는다.
중간에 서정적으로 가다가, 밝은 멜로디로 확 터지는 구간이 있다.
곡 전반의 분위기는 재즈의 특성 때문인지 어딘가 가라앉은 느낌이 있다.
아무리 화려하고 빠르더라도 음이 주는 느낌이 꼭 '뉴욕 어느 뒷골목길' 같은 느낌.
그런데 밝은 멜로디가 터지는 순간은 '뮤지컬 영화에서 주인공이 새 출발을 다짐하는 정도'의 밝은 느낌이다.
이 비유가 맞나 싶긴 한데..... 하지만 이 구간만 다른 느낌을 주는 건 맞다.
이 밝은 멜로디도 변주되면서 조금씩 바뀌어가지만, 가장 처음 제시되었을 때는 그런 느낌을 받았었다.
4개의 악장 중 가장 친해지기 쉬운 것이 1악장 같다.
https://youtu.be/0wtQ2gF6bUQ
II. Scherzo: Allegro assai
난해하다.
듣는 동안 드는 생각이다.
초반에 같은 음이 계속 반복되면서 독특한 느낌을 준다.
그 한 음을 두고 주변으로 다양한 멜로디가 정신없이 연주된다.
중반이 되면 곡이 조용해지면서 잔잔하게 흘러간다.
처음부터 몰아치다가 이제 좀 숨 돌릴 것 같다.
그러다 초반의 멜로디가 다시 나오는 듯하다가, 마무리 음을 확실하게 눌러주고 2악장이 마무리된다.
https://youtu.be/5CIhXv0QpSo
III. Largo
약 5분간 진행되는 3악장은 앞선 1,2악장과 다르게 차분하게 시작하고, 끝까지 잔잔하게 흘러간다.
느릿하게 진행되며 음의 여운을 남기기에 '어딘가에 숨겨져 있는 조용한 와인바'가 연상된다.
곡 중반에는 왼손의 베이스가 선명하게 들리면서, 오른손이 즉흥연주처럼 꾸며주어 그 어떤 악장보다도 재즈스럽다고 생각된다.
https://youtu.be/pj6F3SXQ3uo
IV. Perpetuum mobile: Allegro vivace
마지막을 장식할 4악장.
3악장의 나른함을 떨쳐버리겠다는 듯 질주한다.
만약 앞 악장에서 잠들었다면 바로 깨버릴 것만 같다.
약 3분 40초로 4개의 악장 중 가장 짧은데, 대미를 장식해야 하기 때문인지 화려함은 첫 번째이다.
https://youtu.be/EnN8WuVOi80
위에서 곡을 소개할 때는 이번에 새로 나온 손열음의 카푸스틴 앨범 음원을 사용했다.
그러나 각 악장을 이어서 듣고 싶다면, 아래 영상을 참고해도 좋다.
1악장부터 4악장까지 이어지며 연주되는데,
카푸스틴 소나타 2번을 좀 더 실감나게 들을 수 있다.
(아마 리사이틀에 가서 들으면 이런 느낌이겠지?)
https://youtu.be/1nKmkryShXw
8. 카푸스틴 - 변주곡 (Variations, Op. 41)
드디어 마지막 곡이다.
8개의 곡을 소개하려다 보니 마지막쯤에는 지치는 느낌이 없잖아 있다.
처음 시작하며 들리는 하나의 멜로디가 인상적이다.
이 멜로디가 이후로도 계속 변형되어 나온다.
재즈 느낌이 물씬 나면서, 즉흥이 아닌 하나의 악보로 명확하게 짜인 클래식.
다채롭게 연주되다가 중후반에 점차 조용해지며 속삭이는 듯한 멜로디가 나온다.
그러다가 마지막을 향해 다시 빠르게 달려가며 화려하게 곡이 마무리된다.
https://youtu.be/GU0aq7wqtwg
이번 리사이틀은 '카푸스틴 서거 1주기'를 추모하며 발표된 카푸스틴 앨범이 메인 주제이다.
카푸스틴은 해외에서는 유명했으나 국내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었는데,
손열음이 그의 곡을 연주하면서 국내에 이름을 알리게 된 케이스였다.
차이코프스키 국제 콩쿠르 예선에서 카푸스틴의 곡을 연주했던 손열음은 카푸스틴과 인연을 맺게 되었다고 한다.
이번에 주제가 된 카푸스틴과 손열음의 배경을 알고 싶다면 아래 인터뷰를 읽어보면 좋다.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003003#home
연주자는 멋진 공연을 위해 많은 고민을 하며 프로그램을 짜고, 그만큼 연습하여 무대에 오를 것이다.
그 공연을 함께 즐기려면, 관객들도 최소한의 공부는 해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모든 곡을 다 알아야 할 필요는 없지만,
한번쯤은 들어보고 공연장에 들어가면 공연의 멋짐을 좀 더 잘 알 수 있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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