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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이야기

힘든 마음을 직면해보자

2021년 3월 23일 화요일.

오늘은 자택 근무이고 나는 점심시간에 나와 산책 중이다.

처음으로 음성으로 일기를 써 본다.

음성인식이 생각보다 잘돼서 오타가 없다.

옛날에는 인식이 잘 안 됐었는데 그 사이에 기술 진보가 많이 이뤄졌나 보다.

 

 

오늘은 정말 우울하고 부정적인 생각이 가득하다.

직장에서 친했던 분들에게도 왠지 불만이 생기고, 그분들도 날 불편해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내 직감이 맞을 수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현실보다 더 부정적으로 받아들이는 면도 없지 않아 있는 것 같다.

이렇게 우울과 불안에 잠식된 지는 몇 달이 되었다.

이제는 스스로 내 상태를 인지하고 있는데도, 내 맘대로 벗어날 수가 없다. 

 

 

  • 나는 요즘 왜 이렇게 혼자 땅을 팔까
  • 나는 요즘 왜 이렇게 무기력하고 우울할까
  • 나는 요즘 뭐 때문에 불만 불평이 생기는 걸까
  • 어떻게 하면 예전처럼 평온한 마음을 가질 수 있을까

 

 

서귤 '판타스틱 우울백서' / 건강하고, 직장있고, 가족들도 있고 (돈은 없지만) 왜 우울하고 힘들까?

 

 

내가 부정적으로 바뀌는 이유를 두서없이 꺼내본다.

 

 

첫 번째, 소외감이다.

나는 업무과정에 있어 타인과의 교류가 적다.

대부분 혼자 일하고, 혼자 결과를 낸다.

누군가와 팀을 이루는 것은 거의 없고, 옆에서 다른 사람들이 팀을 이뤄 으샤으샤 하는 모습을 지켜보기만 한다.

이런 상황은 내게 소외감을 불러본다.  

 

 

조직 상으로는 같은 팀이지만 우리가 과연 같은 팀으로 일을 하고 있는가.

팀이란 무엇인가.

시스템에 묶여 있으면 그걸로 팀이 되는 걸까.

외로움을 많이 타는 나에게 소외감은 최악의 감정 중 하나다. 

 

'팀이란 무엇인가. 좋은 팀은 어떤 특징을 가지고, 어떻게 이뤄지는가.'

 



두 번째, 성취감이 없다.

성취감이란 무엇인가.

목표를 설정하고 그 목표를 달성했을 때 느끼는 희열감이다.

지금 이 직장에서 내 목표는 무엇일까. 

 


단기적으로 확인해보자.

올해의 KPI는 탑 다운으로 내려왔고, 내가 보기엔 전혀 의미 없는 KPI이다.

이미 모든 숫자가 정해져있고 결과 값이 나와 있는데 이걸로 어떻게 성과 평가를 한다는 거지?

 


중장기적으로 확인해보자.

이 팀에서 내가 어디까지 성장할 수 있을까?

내 업무 포지션을 보자.

Finance 직무를 보고 이 팀에 왔지만, 현재의 일은 Finance, People, Process innovation, Procurement 등 많은 일이 섞여있다.

경영지원 전반을 담당한다고 보면 될 것 같다.

광범위한 경영지원으로는 전문가로 성장할 여지는 많지 않다. (개인적인 의견일 뿐입니다)

 

 

차라리 경영지원 부문들에 속했으면 조금은 성장할 기회가 있을 수도 있다.

Finance 또는 People 부문의 전문가들이 모여 있고,

각 부문의 전문가로 성장할 수 있도록 교육 또는 피드백을 받을 수 있겠지.

그렇지만 내가 속한 팀은 마케팅 팀이고, 나는 이 팀이 굴러가게 하기 위한 서포트 역할이다.

이 곳에서는 내가 성취할 목표나 포지션이 딱히 보이지는 않는다.

 

 

 

세 번째, 커리어 전문성에 대한 걱정과 불안이 커져만 간다. 

업무는 다양한 경영지원 부문들의 일이 섞여 있고,

그 업무들도 처음부터 끝까지 내가 하는 것이 아니라 각 부문의 담당자들과 나누어 맡고 있다.

그러다 보니 전체 사이클을 보거나 전문성이 필요한 영역까지 깊숙이 관여하기는 어렵다.

조금씩 맛은 보지만, 실제로 이직할 때 내가 내세울만한 전문성이 쌓여 있을까?

 

 

때로는 이직에 대한 스트레스와 안주하고 싶은 마음에

'워라벨과 급여가 나쁘지 않은데 될 때까지 버티다가 이직해도 되지 않을까?'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이와 동시에 '커리어가 불명확한 곳에서 오랜 시간 있는 것이 괜찮은 건가?'라는 걱정이 뒤따라온다.

시간은 흐르고 주니어 기간은 점점 지나가는데, 배운 것 없이 남들에 비해 뒤쳐질까 하는 불안이 크다.

 

 

 

네 번째, 내게는 매니저가 없다.

나는 성장에 대한 욕구가 있고 매니저의 코칭을 바란다.

지금처럼 자기 주도적인 업무 방식이 마음에 들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내 업무 방식, 결과물, 커리어에 대해 조언을 해주거나

롤모델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상사를 바란다.

 

 

이게 정말 어렵다는 것도 안다.

세상에 이런 성사가 얼마나 있을까.

아마 이걸 유니콘이라고 하겠지.

그래도 꿈은 꿀 수 있는 거잖아. 

 

 

서귤 '판타스틱 우울백서' / 직장은 만병의 근원인가봐

 

 


이야기를 하다 보니 계속 직장에 포커스가 맞춰진다.

업무 하다 나와 글을 쓰다 보니, 나오는 이야기도 업무 이야기뿐이다. 


오늘의 점심시간은 곧 끝나가니, 이번 글은 여기까지만 해야겠다. 나머지는 내일 이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