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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이야기

첫 휴가 / 할머니와 데이트

2021년 3월 24일


평소라면 책상 앞에 앉아 있을 오전 11시.

나는 지금 청량리 롯데백화점을 향해 걸어가고 있다.

 

 

네 맞아요. 저 오늘 휴가에요. 휴가라구요.

 

 

오늘은 경사스러운 2021년 첫 휴가날.

보통 연차는 주말과 이어서 쓰는데, 이번에는 월, 금 모두 점심 약속이 잡혀 있어서 얼떨결에 수요일 휴가를 냈다.

일하기 싫은 마음에 계획 없이 덜컥 휴가를 냈는데, 휴가날 아침 갑자기 할머니가 생각이 났다.

코로나 이후로 어디 못 나가가고 집에만 계신지 몇 달째이시라,

오늘은 오랜만에 할머니와 점심 식사 겸 외출을 해보려 한다.

 

 

자택 근무일에 가끔 음식 배달시켜서 할머니와 같이 먹곤 했지만,

함께 놀러 다닌 적은 거의 없어서 즐거운 하루가 될 것 같다.

맛있는 점심도 사 먹고,카페에 가서 맛있는 디저트도 먹고 (디저트는 드실 기회가 별로 없으시니까),  

근처 시장과 마트도 돌아다니면서 간식 쇼핑도 할 예정이다.

 

 

이번 달 초 할머니와 사먹은 [지코바 순살양념]. 

 

 

우리 집에서 청량리까지는 운동삼아 걸어갈만한 거리이다. 

시간도 여유로운 김에 운동을 하고 싶어서 할머니와는 12시에 청량리역에서 만나기로 했다. 

이 글은 청량리 롯데백화점을 향해 걸어가며 음성으로 적은 글이다. 

 

 


 

 

오늘도 날씨가 참 좋다.

미세먼지는 있지만, 햇빛은 따뜻하고 바람은 딱 적당하다.

얼마나 날이 좋은지 이제는 외투가 없이 맨투맨 하나, 조끼 하나만 입어도 춥지 않다.

겨울의 추위는 사람을 움츠리게 하는데 작년 겨울은 유난히 더 심했다.

심적으로 우울하고, 불안하고, 메마르고, 단절되는 그런 계절이었다.

어제는 내 우울에 대해 글을 썼는데, 여기에 적은 다양한 이유에 더하여 계절과 기후가 주는 영향도 무시할 수가 없다.

 

 

돌이켜보니 나 계절성 우울증 증상이었나.?

 

 

내가 이번에 글쓰기를 시작할 수 있었던 것도 날이 따뜻해지면서 심적으로 기운을 얻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날씨에 영향을 많이 받는 나 자신을 보면, 사시사철 날씨가 좋은 지역으로 이사하고픈 마음이 절로 든다.  

이런 긍정적인 기분이 디폴트 값이라니.

긍정적 마인드를 기반으로 내 스스로 생산성도 높아지고 삶이 만족스러워질 텐데.

나도 캘리포니아인이 되고 싶다.

 

 

이전에 아빠가 은퇴 후에 치앙마이에 가서 살고 싶다는 이야기를 했었다.

엄마 아빠가 치앙마이에 자리를 잡고, 나는 겨울마다 치앙마이로 넘어가 겨울을 날 수 있으면 참 좋겠다.

흠... 그러려면 나는 프리랜서이거나, 완전 자택 근무가 가능한 직장이여야겠네.

아빠가 은퇴하려면 8년은 있어야 하는데, 지금 사회가 바뀌는 추세를 보아 그때 쯤에는 자택근무가 일상화되지 않을까?

이건 지금까지 몇 번 펼쳤던 상상의 나래들이었는데, 이 글을 쓰는 김에 좀 더 구체적으로 생각해보고 싶다.

목표연도, 목표자산, 실행 단계의 상세 플랜.

이렇게 상상을 이어가다 보면, 어느 순간에 목표에 다다르고 있지 않을까?

 

 

 

아무말~ 아무말~

 



첫 시작은 할머니와의 데이트였는데 생각이 멀리 갔다.

적힌 글은 길지 않지만 그 사이에 청량리 롯데백화점에 도착했다.

시간은 11시 40분. 20분의 시간이 남았는데, 뭘 먹을지 메뉴와 식당을 좀 둘러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