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3월 25일 목요일
오늘도 점심시간에 나와 걸으면서 음성 녹음으로 글을 쓰고 있다.
글쎄, 오늘 따라서 얼마나 나오기가 싫던지.
어제 휴가라고 이리저리 돌아다니면서 놀았더니 힘들었나.
전기장판 위에서 컴퓨터와 휴대폰으로 뒹굴거리며 놀고 싶었지만,
그대로 있다가는 오후 내내 무기력하게 축 쳐질 것 같아 옷만 걸치고 후다닥 나왔다.
짧아도 휴가는 휴가라고 다시 출근하려고 보니 후유증이 심하다.
9시에 컴퓨터를 켜기 싫었다.
쌓인 메일도 싫었고, 오전에 잡혀 있던 미팅에도 부담스러웠다.
억지로 몸을 당겨 책상 앞에 앉았지만 일이 잘 되지도 않았다.
잡아두었던 미팅은 상대 측이 일정 때문에 취소되었다. (오후에 연락 준다더니 결국 아무 연락 없었다.)
미팅이 취소되었어도 바쁘기는 매한가지. 하루 휴가 냈다고 그 사이에 쌓인 일들이 많았다.
아 일하기 싫어.
오늘은 월급날이라 오전에 월급 입금 알람이 울렸다.
이 돈 받으려고 버티는건데, 막상 돈이 들어오는 걸 봐도 큰 감흥은 없다.
처음 취업을 했을 때는 내 통장에 돈이 들어오는 게 너무 행복했는데,
조금 지나고 나니 들어오는 월급은 너무 당연해져 버렸다.
응... 당연한 게 되어버렸다.
사람은 단순해서 지금 이 삶의 조건이 앞으로도 당연히 있을 거라 생각하게 된다.
사라지면 다시 힘들어지겠지?
안정적으로 들어오는 수입에 감사해야 함을 알고 있다.
불만이 차오를 때면 스스로 '당연함의 오류'에 빠져있지 않은가 생각해본다.
자기 합리화하며 불만족스러운 상황을 참자는 의미가 아니다.
현실적인 리스크를 고려해보고 이 불만의 원인을 없앨 수 있을 때까지 좀 더 버텨보자는 의미가 강하다.
남의 돈 벌기 쉽지 않지.
이러니까 돈 주고 시키는 거 아니겠어?
그래도 일하면서 즐거웠으면 좋겠다.
성취감을 느끼면서 일하고 싶다.
일이 재미가 없으니 하기 싫고, 하기 싫은데 해야 하니 스트레스가 크다.
일에서 오는 불만족이 퇴근 후에도 잔재가 안없어져 사적 생활에도 꽤 영향을 미친다.
최근에 전 팀 팀장님과 밥을 먹었는데 조언을 들었다.
'일이 아닌 다른 집중할 것들을 찾아봐라'
'일이 전부가 되어서는 안되고, 일에만 잠기는 순간 너가 힘들어진다'
지금 하는 일은 과정일 뿐이고, 일을 통해 되고 싶거나, 하고 싶거나, 이루고 싶은 목표가 무엇인지 찾아보라고.
23일 일기에서 내가 우울한 이유 중 하나를 목표점의 상실을 꼽았다.
그때는 커리어와 전문성의 목표를 뜻했다.
취업 후 만 3년.
취업 후 안정감과 회사 적응에 바빠 별다른 계획 없이 살았다.
내 성향이 한 곳에서 오래 버티는 쪽이었고, 나름 큰 회사에 취업했으니 몇 년간은 걱정 없이 살아도 될 줄 알았다.
하지만 그게 아니라는 걸 몇 달 전부터 절실히 느끼고 있다.
벌써부터 움직이고픈 마음이 꿈틀대고, 이직을 하려면 미리 능력을 키우고, 준비해야 했다.
업무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내 삶의 목표와 지향점도 명확하지 않다고 느꼈다.
목표가 없으니 이를 성취해 나가는 기쁨도 없다.
공부, 시험, 취업 등 단기적인 목표는 자주 세웠으나,
장기적으로 내가 어떤 삶을 살고, 어떤 영향력을 끼치고,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정리한 적이 없었다.
시도는 몇 번 했었다.
그러나 고민이 깊어지고 길어지다 보면 어느샌가 흐지부지 되어 잊혀졌다.
원하는 삶을 그려야 한다.
그리고 삶을 그 방향으로 계속해서 완성시켜 나가야 한다.
당연한 말이지만 '내 스스로 깨달았을 때 와 닿는 삶의 무게'는 무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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