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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공연후기] 2021년을 마무리하는 '손열음의 커튼콜' 후기

2021년은 처음으로 공연 관람을 다니기 시작한 해였다.

오랫동안 클래식에 관심이 많았지만, 오프라인 공연은 가본 적도 없고 가격도 부담스러워

어쩌다 표가 생기지 않는 이상 보러 다닌 적이 없었다.

그러나 내가 순수하게 즐길 수 있는 분야에 투자하고 취미의 영역을 만들어 주는 것이 

나를 아끼는 또 하나의 방법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이후로 관심이 가는 공연이 생길 때마다 하나둘씩 보러 다녔고, 그 경험들은 기대 이상으로 환상적이었다.

이런 기념비적인 해인만큼 연말 또한 멋진 공연으로 마무리하고자 이번 공연을 예매했다.

 

 

 

 

사실 나는 이 공연의 티켓팅을 실패했었다.

대부분 모르는 곡이라서 '갈까 말까' 고민을 많이 했는데, 그 사이에 표가 다 나갔다. 

막상 매진되고 나니 아쉬움이 남았었는데, 한 달 뒤 새벽에 취소표가 뜬 것을 우연히 보게 되었다.

그때는 본능처럼 취소표를 잡고 구매부터 진행했었다.

관람 전부터 에피소드가 생기는 공연이었다.

 

 


 

공연 정보

1. 공연 : 손열음의 커튼콜

2. 장소 :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

3. 일시 : 2021-12-30 7:30 PM

4. 자리 : 콘서트홀 합창석 H 블록 2열 1번

5. 프로그램

 

 

위에서 티켓을 예매하는데 생긴 에피소드를 이야기했다.

그러나 여기서 끝이 아니라 공연장에 들어가기까지도 좌충우돌이었다.

나는 연말 휴가중이었고, 오후에 친구와 만나서 놀다가 저녁에 공연을 보러 갈 예정이었다.

오후에 조용한 개인 카페에 갔다가 강남역에서 간단히 저녁을 먹었다.

그리고 시간이 넉넉하여 예술의 전당까지 산책 삼아 걸었다.

이렇게 걸어서 예술의 전당에 도착하니 7:10 PM 쯤이었다.

이 시간이 되어도 나는 굉장히 여유로웠는데, 왜냐면 공연 시간을 8:00 PM으로 착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공연 티켓을 받으러 줄을 설 때 비로소 공연이 7:30PM이라는 걸 알아차렸다.

정말 걷는 속도도 적당했고, 일찍 도착해서 천만다행이었다.

아니었으면 인터미션때 들어갈 뻔했다. (근데 공연 중에도 몇 분 들어오시는 걸 봤다.)

 

 

예술의 전당 좌석 시야

 

아래는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 - 합창석 H열 2열 1번'의 시야이다.

1번은 카메라 (일반), 2번은 카메라 (줌인) 버전이다. 

실제로 앉아서 보면 2번처럼 좀 더 가깝게 보인다.

 

1번 카메라 (일반)

 

2번 카메라 (줌인)

 

 

 


 

 

공연 후기

Program

1부
F. LISZT: "Liebestraum” no. 3
W. F. BACH: Sonata for Flute and Oboe
M. DRING: Trio for Flute, Oboe and Piano
C. M. v. WEBER: Trio for Piano, Flute and Cello 

- 휴식 -

2부
P. I. TCHAIKOVSKY : Valse-Scherzo, Op.34
C. FRANCK: Sonata

 

 

F. LISZT: "Liebestraum” no. 3

우리에게 너무나 잘 알려진 곡인데 실황으로 들으니 역시나 좋았다.

이 곡을 첫 곡으로 들으니 공연에 확 빨려 들어가는 기분이었다.

 

 

W. F. BACH: Sonata for Flute and Oboe

플루트의 멜로디를 오보에가 따라 하면서 음악이 이어지는데, 현란하게 움직이는 음들이 화려했다.

플루트는 소리가 부드러운데 오보에는 좀 더 명료한데, 두 소리가 비슷하면서도 오묘하게 달라서 잘 어울렸다.

 

 

M. DRING: Trio for Flute, Oboe and Piano

플루트와 오보에 모두 고음에 속하는데, 피아노가 저음을 담당하면서 더 밸런스 있게 들리는 곡이었다.

1장은 굉장히 특이한 화음으로 진행되어 갈피잡기 어려우면서도 오묘하게 좋았다.

이런 음악은 자주 듣지 않는데, 부자연스러운 음 전개에서 톡톡 튀어서 낯설면서도 신기했다.

2장은 갑자기 부드럽고 차분한 멜로디가 진행되었다.

마치 1장이 어린아이가 두서없이 뛰어노는 것 같았다면 2장은 갑자기 성인 어른이 돼서 사회생활한달까...

1장이 마구잡이라 더 감미롭게 들리는 것 같기도 하다.

3장은 멜로디가 다시 소란스러워지는데 그래도 1장보다는 체계있고 메인 멜로디가 들리는 곡이었다.

 

 

C. M. v. WEBER: Trio for Piano, Flute and Cello 

첼로가 처음으로 등장했는데, 플루트 & 피아노와 굉장히 잘 어울렸다.

다만 합창석에서 피아노도, 플루트도 소리가 잘 들렸는데 첼로는 상대적으로 잘 안 들렸다.

소리가 나아가는 방향이 다른 건가... 소리가 잘 안 들려서 아쉬웠다.

그래도 첼로가 저음을 묵직하게 잡아주면서 앞선 곡들보다 안정적으로 들렸다.

현악기는 소리를 내는 방법이 여럿인데, 이번 곡에서는 현을 튕기는 구간이 많아서 흥미로웠음.

플루트가 멜로디를 연주하면 피아노와 첼로가 뒤를 깔아주는 것도 들을 수 있었다.

그러나 내가 피아노를 좋아해서 그런지 피아노가 왼손으로 저음 멜로디를 연주하는 게 특히나 멋있었다.

 

Interval

인터미션 이후 서프라이즈로 첼로의 솔로 연주가 있었다.

공연 이후에 찾아보니 Mark Summer : Julie-O라는 곡이었다.

처음 듣는 곡이었는데 현을 튕기고 바디를 치면서 연주하는 모습을 보며 영화 '어거스트 러시'가 떠올랐다.

나중에 들으니 아직 성년도 되지 않은 연주자였다. 

 

 

P. I. TCHAIKOVSKY : Valse-Scherzo, Op.34

바이올린 피아노 협연곡!

이번 공연의 하이라이트였다.

다른 곡들은 듀엣, 트리오임에도 피아노가 돋보였는데 (개인 취향...) 이 곡만큼은 바이올린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도입부에는 처음 보는 스킬 (활을 통통 튕겨 스타카토 표현)에 넋 놓고 보다가 이후에는 멜로디에 홀리게 되었다.

단순히 음을 연주하는 게 아니라 사람을 집중하게 하는 힘이 있었고, 바이올린에 집중하다가 곡이 끝났다.

이렇게 느낀 건 나뿐만 아닌지 박수가 가장 컸고, 고개를 끄덕이거나 프로그램을 찾아보는 관객들이 보였다.

스베틀린 루세브라는 바이올리니스트를 새롭게 알아간다.

 

 

Present & Talk time

모든 연주자들이 나와 준비한 선물(음반)을 추첨으로 선물하고, 2021년에 대한 소감 한 마디씩 이야기했다.

지난 커튼콜 공연에서는 관객들과 이야기하며 소통했었는데, 이번에는 그것이 어려워 토크쇼 형태로 진행한 듯하다.

연주자들의 이야기를 듣는 건 좋았지만, 대부분 다음 공연 소개나 개인적인 감상이라 다소 지루했었다.

 

 

C. FRANCK: Sonata

마지막 곡은 모든 연주자들이 나와서 함께 연주했다.

정확히는 악장마다 악기들이 바뀌며 피아노와 듀엣으로 연주했다.

1악장 플루트 / 2악장 첼로 / 3악장 오보에 / 4악장 바이올린

1악장 플루트는 부드러우면서도 잔잔하게 흘러갔다.

2악장 첼로는 묵직한 저음으로 멜로디 끌어갔다. 

3악장 오보에는 플루트보다 또렷하면서도 힘 있는 멜로디였는데, 

중후반 클라이맥스에서 진하고 강한 멜로디가 긴 호흡으로 이어지는 게 인상적이었다.

4악장 바이올린은 말을 더 이을 필요가 있을까.

가장 강렬했고 인상적이었으며, 마지막에 기억에 남는 건 4악장뿐이었다.

 

 

A.PIAZZOLLA : Oblivion

마지막 앙코르 곡 1개가 있었는데, 모든 악기들이 어울려 연주되는 곡이었다.

 

 

 

 


 

합창석에서 처음 본 공연이었는데, 생각보다 무대도 잘 보이고 괜찮았다.

공연은 좋았던 부분과 아쉬웠던 부분이 공존하는데, 그래도 좋은 연주자들을 알아가니 만족스러운 편이다.

선물은 당첨 안되어서 아쉽지만 그만큼 2022년에는 행운이 따르겠지!

연말을 즐겁게 마무리할 수 있는 공연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