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어느 날 밤, 갑작스레 오케스트라 연주가 듣고 싶어서 프로그램만 보고 공연을 예매를 했는데,
굉장히 멋진 공연이었기에 기록으로 남겨두려 한다.
공연 소개
공연 : 더클래식 필하모니 오케스트라 제 2회 정기연주회
장소 : 롯데 콘서트홀 객석 2층 C구역 2열 12번
가격 : S석 64,000원 (백신접종 할인 20%) (인터파크 예매)
좌석 시야
공연에 대한 감상을 적기 전, [롯데 콘서트홀 객석 2층 C구역 2열 12번]의 시야를 공유하려 한다.
왼쪽은 내 자리에서 카메라로 그냥 촬영했을 때 사진이다.
오른쪽은 실제로 보이는 것과 비슷하게 카메라를 줌인한 사진이다.
카메라로 촬영할 때는 실제로 보이는 것보다 더 작게 보였다.
개인적으로 오케스트라 공연은 모든 연주자가 한눈에 보이는 2층이 좋다.
관람 후기
<프로그램>
- 글린카 루슬란과 루드밀라 서곡
-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번
- 차이콥스키 교향곡 6번 '비창'
1. 글린카 루슬란과 루드밀라 서곡
오케스트라와 지휘자가 입장하고, 인사한 후에 숨 고를 틈도 없이 바로 연주를 시작했다.
곡은 생각보다 더 빨랐다. 원래도 빠른 곡이지만 살짝 더 조급한 느낌이랄까.
그러나 어느새 빠른 멜로디에 나도 동화되며 경쾌하게 들었다.
2.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번
피아노 소리 생각보다 더 컸다.
소리가 잘 들리는 좌석이기도 하지만 세팅된 마이크 음량이 컸던 게 아닐까 싶다.
처음에는 피아노 소리가 생각보다 커서 좀 부담스러웠는데,
듣다 보니 2악장, 3악장으로 갈수록 피아노 소리가 오케스트라 소리에도 밀리지 않고 잘 들려서 좋았다.
이전의 라흐마니노프 공연에서는 피아노 소리가 오케스트라 소리에 먹혀서 잘 안 들렸었는데, 그것보다 훨씬 나았다.
피아노의 음량과 별개로 피아니스트의 연주 스타일은 볼드했다.
협연자는 '일리야 라스코프스키'였는데, 멜로디를 명확하고 진하게 눌러준다고 느꼈다.
1악장의 하이라이트에서는 피아노와 오케스트라의 합이 아슬아슬하게 맞는다고 느꼈다.
이전 공연에서는 이 하이라이트 부분에서 둘의 합이 아예 어긋나서 '피아니스트와 지휘자가 싸웠나' 의심도 했었는데,
아무래도 이 파트가 복잡하고 어려워서 깔끔하게 합을 맞추는 것 자체가 어려운 게 아닐까 생각한다.
그러나 이후 2, 3악장에서는 피아노의 오케스트라의 합이 잘 맞았고, 완벽한 호흡으로 멋지게 피날레를 장식했다.
협연이 끝나고 피아니스트의 앙코르 연주가 있었다.
처음 듣는 곡이었지만, 잔잔하면서도 왼손의 묘한 화음의 아르페지오가 인상적이었다.
3. 차이코프스키 교향곡 6번 '비창'
이번 공연을 예매한 게 바로 이 곡 때문이었다.
차이코프스키 비창은 워낙 유명한데, 나는 이 곡이 확 와닿지 않았다.
항상 1악장을 듣다가 집중력을 잃고, 중후반은 제대로 못 들은 곡이었다.
실제로 들으면 좀 다를까 싶어서 이번에 시도해보았다.
1악장은 원래 다소 지루하게 느껴지는 구간이었는데, 실제로 들으니 푹 빠져들다가 어느새 1악장이 끝났다.
2악장부터 관악기의 연주가 돋보이는데, 이 부분은 역시 스피커보다 실황으로 들으니 훨씬 좋았다.
스피커로 들으면 다소 시끄럽게 들리던 부분이 실황에서는 웅장하게 들렸다.
3악장은 정말 화려함의 절정이었다.
오케스트라가 본인이 가진 모든 소리를 총동원하는 걸 볼 수 있었는데, 역시 실제로 들으니 웅장함에 압도되는 듯했다.
나뿐만 아니라 모든 관객이 그것을 느껴서인지 이 3악장이 끝나고 가장 큰 박수가 나왔다.
개인적으로는 4악장이 제일 좋았다.
조금 음울하면서도 잔잔하고 무거운 멜로디가 흐르는데, 나는 이런 종류의 음악을 참 좋아한다.
곡 중간중간 쉼표를 통해 나타나는 절제감도 너무 좋다.
빠르게 움직이는 음표들이 어긋남 없이 하나의 소리로 들리는 것을 보며 오케스트라의 호흡이 참 잘 맞는다고 느꼈다.
모든 연주가 끝나고 지휘자가 간단한 인사와 소개를 진행했다.
더 클래식 필하모니 오케스트라가 지난 5월에 창단했으며, 첫 연주는 무관중으로 진행되었다고 했다.
즉, 이번 공연이 관중을 둔 첫 공연이었다는 의미이고, 아마 오케스트라에게도 의미 있는 무대가 아니었을까 싶다.
새로운 오케스트라가 꾸준히 생겨나고 있다는 것도 신기했고,
오케스트라의 역사와 공연의 퀄리티는 크게 상관이 없다고 느껴졌다.
짧은 설명이 끝난 후 앙코르 곡 하나가 더 연주되고 공연은 마무리되었다.
겨울이 다가오며 한순간 선택한 공연이었는데, 생각 외로 더 만족스러웠다.
좋은 오케스트라도 알게 되었고, 다음에 좋은 공연 있으면 또 보러 가고 싶다.
참고로 롯데콘서트홀은 커튼콜일 때 사진 촬영 가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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