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추석 연휴를 즐겁게 보내고 왔다.
추석이 주말과 이어지는 월, 화, 수에 위치한 덕분에 직장인으로서는 만족도 100%의 추석이었다.
(사실 목, 금도 휴가를 냈기에 지금도 추석 연휴의 연장선을 행복하게 즐기고 있다 ㅎㅎ)
추석에는 안부와 함께 다양한 이야기가 오고 가는데, 그중에서 내 이야기가 핫한 반응을 이끌어냈다.
추석 연휴 시작 30분 전에 대리가 된 사연을 풀어보겠다.
무슨 일이 있던 거야?
때는 추석 연휴 시작 30분 전.
즉, 추석과 붙어있는 주말이 시작하기 전인 '금요일 오후 5시 반'이었다.
갑자기 인사팀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원래도 팀의 인사업무를 서포트하면서 자주 연락했던 분이었기에,
'업무 때문에 연락하셨나?' 생각하면서 가볍게 전화를 받았다.
그런데 그쪽에서 처음 꺼내는 주제가 좀 이상했다.
인사팀 : 00님, 잘 지내셨어요? 한 가지 말씀드릴 것이 있어 연락드려요.
저희 회사가 한글 직급이 있는데요.
나 : 네, 알고 있어요. 밴드와 별개로 가는 직급이죠?
인사팀 : 넵, 저희 회사에서는 3년 차가 되면 '대리'를 달게 되는데,
00님께서 올 연초를 기준으로 경력 기간이 3년이 넘으셨더라고요.
저희 측의 오류로 누락이 되셨던 거 같아요.
그래서 1월부터 소급 적용되는 것으로 발령을 진행하려고 합니다.
상무님께는 먼저 말씀드렸고, 00님께는 따로 연락드리겠다고도 전달드렸어요.
누락된 부분 정말 죄송합니다.
나 : 아... 네, 알겠습니다. 한글 직급이 연봉에는 영향이 없고 호칭인 거니까 괜찮습니다.
대략 이런 식으로 통화가 진행되었다.
경력 3년이 지나면 '대리'로 한글 직급 달아준다고 한다.
나는 2018년 1월에 일을 시작했고, 2021년 1월 기준으로 만 3년의 경력을 채웠다.
원래라면 2021년 1월에 '대리'가 됐어야 하는데,
9개월이 지나 이제야 그 사실을 인사팀에서 인지하고 연락을 준 거다.
승진한 기분은 어때?
처음 인사팀에서 전화로 이 사실을 알렸을 때는 감흥이 없었다.
우리 회사의 연봉은 '밴드'라는 별도의 체계가 있었고, 한글 직급은 호칭용에 가깝다.
심지어 우리 팀 내부적으로는 '00님' 호칭이나 포지션명을 자주 사용해서, 직급의 영향력을 크게 못 느꼈다.
다른 팀과 커뮤니케이션할 때는 직급명을 사용하겠지만, 뭐가 많이 바뀔지는 아직 모르겠다.
현실감이 없어서 더 무덤덤했던 것도 같다.
그래서 인사팀에서 누락 사실을 알렸을 때, 괜찮다고 하며 넘길 수 있었다.
아무래도 '연봉'과 아무 관련 없다 보니 더 감흥이 없던 것 같고,
'감투'보다는 '실질적인 이득'이 더 동기부여가 되는 나 자신을 더 알게 되었다.
친한 동료, 친구, 가족들에게 이 소식을 알리고 축하를 받으니
그제야 좋은 일이구나 느껴지고 기분이 조금 좋아졌다.
추가하자면, 승진했다는 기쁨보다는 또 하나의 에피소드가 생겼다는 생각이 더 먼저 들었다.
소식을 듣자마자 당일 저녁에 '글 소재 노트'에 적어두었으니까 ㅎㅎ
어떤 생각이 들었어?
기분의 큰 변화가 없었던 것과 별개로 이번 사건으로 여러 생각이 들었다.
호칭뿐이라도 어찌 보면 '승진 누락'이다.
이 중요한 부분이 누락이 될 수 있다니, 이 회사는 얼마나 수기 작업으로 돌아가는 걸까?
회사가 주먹구구식으로 돌아간다 점은 일을 하면서 몸소 느끼고 있다.
그러나 이런 주먹구구식 업무 방식이 우리 부문뿐 아니라 회사 전반에서 이뤄지고 있음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된다.
디지털 포메이션 한다며 회사가 들썩하다.
어떤 걸 디지털 포메이션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이쪽을 먼저 시스템화해야 하지 않을까?
직원이 입사할 때 경력 시작일을 시스템 입력하고,
매 승진 시기마다 직급별 승진 연차를 만족하는 사람들을 승진 대상자로 나타나게 하면 좋을 텐데.
사람이 하는 일에 실수가 없을 수 없고, 결국은 사람이 아닌 회사 체계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좋은 소식을 이렇게 듣게 되니 아쉬움만 남는다
행복한 이 연휴가 지나고 나면 사원이 아닌 대리가 된다.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다.
'30분 만에 대리가 된 사연'은 여기서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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