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옛 동료 분과 연락을 주고받았다.
18년에 같은 직장에 다니다가 전문 자격증 준비를 위해 퇴사하신 분이었다.
최근 자격증 취득하고 난 후 다시 연락이 닿았는데, 취준 중이시라 들었다.
오늘은 고민이 있다길래 전화 통화를 했는데, 최근 본 면접들과 눈앞에 놓인 회사 선택지에 대해 이야기를 하셨다.
마음이 기우는 회사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들었는데, 내가 보기에는 조금 더 좋은 곳을 가질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초조해 하지 말고 더 좋은 기회를 노려보면 어떻게냐고 말을 전했다.
조언은 언제나 조심스럽지만 먼저 의견을 듣고 싶다 하셨으니, 이 정도는 해도 될 것 같았다.
그분이 자격증 취득 후 취업을 준비한 기간은 약 2~3 달이라고 하다.
경제적 벌이가 급한 상황이라면 짧지 않은 기간이지만, 주변의 취준하는 친구들을 보면 상대적으로 참 짧은 기간이다.
나도 경험해봤지만 알맞은 회사를 찾아보는데도 두세 달이 기본으로 걸리니 말이다.
충분히 어리고 능력도 있고 갈 수 있는 곳이 많은데, 그 분이 조바심에 좋은 기회를 놓칠까 봐 걱정이 된다.
나도 연초에 그렇게 초조했었는데, 그 당시 주변에서는 이런 시선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을까.
취준은 자존감을 내려 깎는다.
서류가 탈락할 때는 내 능력이 부족한가 의심하게 되고,
후려치는 면접 질문들은 그 자체로 나를 저 밑바닥으로 끌어내린다.
사실 취업은 운칠기삼인데!
이성적으로는 잘 알지만, 막상 그 상황에 놓이는 순간 이 명제는 멀리 사라지고 내 능력 부족을 탓하며 우울해진다.
현재 우리 팀에서도 수많은 사람들을 채용 중이다.
이 채용 과정을 근접하게 지켜보면서 '채용은 능력과는 별개의 요소들이 너무도 큰 영향을 미친다'는 걸 깨달았다.
어떤 부분에서 이렇게 느꼈는지 적어보자면,
1. 팀이 원하는 역량을 가지고 있는가?
단순히 직무 역량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조금 더 구체적인 업무 역량을 뜻한다.
때로는 프로젝트를 이끌어갈 리더십, 주도성 같이 성향일 수도 있고,
때로는 팝업스토어와 MD 제품판매까지 연계되는 캠페인 전략을 세웠던 경험일 수도 있다.
이는 팀과 회사가 원하는 전략 방향에 맞추어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고,
이 역량을 보유하고 있지 않으면 합격은 쉽지 않다.
근데 이 구체적인 요구가 JD에 얼마나 표현될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지원자가 특별히 요구되는 이 역량을 알아채는 건 여러모로 운이 필요하다.
채용팀이 JD를 기깔나게 잘 써주던가, 헤드헌터들이 상세 내용을 전달해주던가, 면접관들의 질문에서 눈치채거나,
가장 가능성 있는건 인맥을 통해 내부 정보를 얻는 방법이다.
2. 컬처핏이라 불리는 회사 문화와 맞는가?
문화는 사람에 의해 형성되고 눈에 보이지 않는다.
그렇기에 무엇보다 주관적이라고 할 수 있다.
내가 컬처핏에 맞지 않을 수도 있다.
또는 누가 보더라도 컬처 핏에 맞는데, '면접관이 해석한 컬처 핏'과 맞지 않을 수도 있다.
별개로 컬처핏에 맞지 않는 회사에 들어갈 경우, 나부터 고생이다.
머지않아 퇴사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3. 팀이 원하는 성향인가?
팀 또는 팀 리더의 성향에 따라 요구하는 원하는 스타일이 있다.
컬처 핏이 그 회사의 문화에 대한 것이라면,
여기서 말하는 성향은 상사와 동료들과의 관계에서 발휘되는 성향을 뜻한다.
함께 일하게 될 상사, 동료들이 어떤 사람인가에 따라 요구되는 스타일도 달라진다.
예를 들어, 직급과 무관하게 본인 의견을 말할 수 있는 사람을 찾기도 하고
상사가 지시를 하면 그대로 실행할 수 있는 사람을 찾기도 한다.
전임자의 성향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전임자의 성향이 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었다면, 이번에는 그 반대의 사람을 찾을 수도 있다.
말 그대로 운이다.
4. 면접 프로세스와 면접관들이 나와 잘 맞는가?
면접관의 성향에 따라 나에 대한 평가가 달라지기 일수이다.
또한 어떤 면접을, 어떤 방식으로 진행했느냐에 따라 내 장단점을 드러낼 기회가 천차만별로 달라진다.
면접관들이 여럿일 경우 의견을 주고받다가 통과 여부가 바뀌기도 한다.
옆에서 지켜보면 능력과 스펙 좋으신 분들도 탈락한다.
운이 작용해서 이 모든 조건들이 들어맞아야 비로소 통과될 수 있다.
취준 중에 자신감을 잃어버리면 안 되는 이유가 바로 이거다.
동료분이 스스로 자존감이 낮아졌다고 말하시더라.
조급함 없이 길게 바라보며 준비하면 좋겠다.
그리고 부디 그 능력을 대우받고 더 키워나갈 수 있는 직장을 찾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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