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팀원들과 함께 저녁을 먹었다.
코로나가 시작되고 약 1년 간 어떤 약속도 잡지 않았었는데,
오래간만에 법인카드를 사용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겨 저녁 일정을 잡게 되었다.
법인카드 기회이다 보니 좀 비싼 고깃집 들어가서 고기도 굽고, 맥주도 한 잔씩 했다.
그러면서 서로 사는 이야기들을 하나둘씩 늘어놓기 시작했다.
요즘 어떤 일이 있었고, 무엇에 관심이 있고,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어.
가지각색 살아가는 이야기도 듣고, 반대로 내 이야기도 꺼내면서 주고받으니 즐거웠다.
일과 집만 오고 가는 생활에서 식사 자리 한 번에 신이 난다.
원래 회식을 좋아하지도 않는데 워낙 오랜만에 함께하는 시간이라 그런가?
오늘 모인 멤버들이 좋은 사람들이라 그런 걸지도 모른다. (상사는 없었다)
옛날에는 직장에서 개인적인 성향이 강했고, 남들에게 내 이야기는 거의 하지 않았다.
대부분 이야기를 듣는 입장을 취했고, 업무시간 이외 직장 사람들과 약속을 잡지도 않았다.
직장 사람들과의 관계도 일의 일부분이고, 퇴근 후까지 일을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퇴근 후 집에 가서 가족들과 보낼 시간도 부족하고, 내 개인적인 취미 활동을 하기도 바빴다.
동료들끼리의 모임을 볼 때 소외감도 조금 들었지만 이렇게 한 발 떨어져 있는 것이 더 편하다고 생각했다.
직장 내 특정 그룹에 속하지 않고, 두루두루 친하되 혼자인 포지션에 서있었다.
그런데 몇 년이 지나고, 업무에서 이런 저런 스트레스를 받다 보니 상황이 달라졌다.
'업무를 더 잘하기 위해 사적인 관계도 쌓아야 한다' 이런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게 아니다.
억울하거나 답답한 상황이 생겼을 때,
누군가에게 내 이야기를 말하며 공감과 위로를 얻고 싶을 때,
직장동료들보다 좋은 상대는 없었다.
누구보다 내 상황과 주변 인물들을 잘 알고 있는 관계자.
내가 이야기를 했을 때 이야기를 잘 이해할 뿐 아니라 기저에 깔린 분위기, 상황, 어조를 캐치할 수 있는 사람들.
회사에서 본인 이야기는 조심하라는 말을 듣고
최대한 속마음, 사건들을 이야기하지 않으려고 조심했었지만,
점차 쌓이는 스트레스가 어느 순간 터져버렸다.
그렇다고 대놓고 욕하고 깽판을 쳤다는 건 아니고.
친한 분들 위주로 내가 겪었던 상황들을 이야기하고, 거기서 느낀 감정들을 조금씩 털어놓기 시작했다.
그러다 보니 결국 더 친한 사람들이 생기고, 어느 무리에 속하게 되고, 인간관계 속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내가 직접적으로 엮이지 않더라도 정치적인 관계도 보이기 시작하고,
때로는 이에 휩쓸려 얼떨결에 서먹해지는 관계가 생기기도 했다. (지금은 다시 정상적인 관계로 돌아왔다.)
어느 것이 더 좋은지 모르겠다.
홀로 있을 때는
사내 정치에서 자유롭고, 그룹 상관없이 두루두루 친하고, 여유로운 저녁이 있다.
한 발 떨어져 있기에 나나 타인의 감정에 노출될 일이 흔치 않고,
어떤 일이 생겼을 때 이성적으로 대응하기가 쉽다.
대신 소속감이 없어 외로움도 있었고,
도움이 필요할 때 요청하는 것이 부담되기도 했으며 홀로 스트레스를 감당해야 했다.
함께 있을 때는
서로 위로와 격려를 해주며 스트레스를 풀 수 있고
주고받는 관계가 자연스러워지고 사내 소식이나 이직 기회를 얻을 수 있다.
대신 사내 정치에 엮일 일이 많고, 타인의 갈등을 들으며 스트레스를 같이 겪을 수 있으며
인간관계 유지를 위해 별도의 에너지가 소모된다.
또한 인간관계 한가운데 있기 때문에 이성적인 결정을 내릴 수는 있지만
감정적인 반응을 보이게 되더라.
양쪽 모두 장단점이 있다.
나는 전자의 모습에서 후자의 모습을 변해갔다.
어느 쪽이 더 좋다 말할 수는 없지만,
지금 내 상황을 견디기 위해 나는 후자의 모습을 택하였다.
물론 말 그대로 '이 모습이 더 좋겠어' 하고 선택한게 아니라 자연스럽게 이렇게 바뀌었다.
직장 생활 중의 작은 선택들이 모여 큰 변화로 이어졌고, 변화의 과정이 지난 후에야 글로 표현할 수 있게 되었다.
앞으로도 나는 계속 고민을 하고 선택을 하며 바뀌어 가겠지.
앞으로 5년 후 직장 내 나의 포지션은 또 어디에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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