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추석 연휴는 참 좋았다.
흔치 않은 기회로 9일간 직장과 단절된 삶을 살았다.
하루 9시간 연결되어 있는 아웃룩 메일함도, 숫자 가득한 엑셀도,
복잡하게 진행되는 내년도 사업계획도 모두 머릿속에서 지워버렸다.
그리고 내 스스로에 집중했다.
좋은 걸 보고, 맛있는 걸 먹으며 나 자신을 충전했다.
연휴 중 하루는 가족들끼리 '어린이 대공원'에 다녀왔다.
오고 갈때는 신나게 자전거도 타보고, 김밥을 싸가서 점심도 맛있게 먹었다.
점심 맛있게 먹고 공원 한 곳에 자리를 잡았다.
잔디밭에 누워 하늘을 봤을 때, 평화롭고 머리가 맑게 개었다.
나는 왜 이 가까운 공원도 나와보지 않았을까 생각했다.
집에서도 할 일들이 많아서 굳이 집 밖으로 나와서 누워볼 생각을 하지 않았다.
나들이가 좋은 건 알지만, '집 안에서 편하게 눕는 게 더 낫지 않나?' 생각했다.
경험하지 않고 속단하는 태도는 소중한 경험과 기회를 없애는 안 좋은 습관이라는 걸 다시 느꼈다.
이렇게 평온한 상태가 얼마만일까 생각했다.
우선 올해는 없었다.
언제부턴가 온갖 걱정이 머릿속에 가득하고 초조함에 쫓겨, 무엇을 하든 머리가 복잡했다.
이 기간동안의 내 모습을 정리해봤다.
1. 틈만 나면 안 좋은 생각과 미래가 생각난다.
2. 매 시간마다 쫓기는 기분이 들고, 무언가 공부하고 준비해야 할 것 같다.
3. 미래를 위한 준비, 공부를 해야 하는데 막상 걱정 때문에 집중이 안된다.
4. 좋아하던 취미활동은 재미가 없고, 친구와 만나도 즐거운 이야기가 안 나온다.
5. 안 하려고 노력하지만, 잘 나가는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가 계속 생각나고 비교하게 된다.
왜 이렇게 초조했을까?
언제나 고민하는 주제이지만, 이번에 떠오른 결론은 아래였다.
'내 길을 찾고 싶은데 수많은 길 중 어떤 게 내 길인지 모르겠다.'
인류 역사상 오늘날처럼 가장 많은 정보가 공유되는 시기는 없었다.
우리는 어디서든 원하는 정보를 찾을 수 있고,
때로는 원치 않더라도 알고리즘에 따라 다양한 정보들에 노출되기도 한다.
세상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가고 있고, 어떻게 성공했는지 많은 이야기가 들려온다.
가지각색 사람들이 작가의 삶을, 유튜버의 삶을, 전문가의 삶을, 투자자의 삶을 살아간다.
이렇게 많은 이야기를 듣다 보면 어느새 나도 모르게 귀가 팔랑거린다.
'주식, 부동산 공부 열심히 해서 경제적 자유를 이뤘습니다!'
'원하는 직무를 위해 새로운 도전에 뛰어들었고, 멋진 커리어를 만들고 있습니다!'
'저는 제가 좋아하는 것들을 영상을 찍어 올리면서 유튜버로 활동하고 있어요!'
'퍼스널 브랜드를 구축해 책도 내고, 강의도 다니면서 즐겁게 일하고 있어요!'
하나하나가 멋진 삶이다.
그런데 나는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 걸까?
다른 사람의 길을 완전히 따라가겠다는 의미는 아니다.
나 스스로 어떤 일에 집중하고, 어떤 방식으로 살아갈지 결정할 생각이다.
그리고 이를 위해 다양한 삶의 모습들을 지켜보고 있다.
우리는 서로를 통해 지혜를 얻고, 더 나은 방향을 찾아갈 수 있으니까.
나뿐만 아니라 많은 이들이 '이미 길을 지나간 앞선 사람들'을 벤치마크로 삼고 있다.
그러나 이 방법이 이전보다 어려워진 거 같다.
옛날에는 인터넷과 SNS가 없었고, 개인이 찾아볼 수 있는 삶의 모습도 한정적이었다.
저 산 너머, 바다 넘어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가는지 알 방법이 없었으니까.
단정할 수는 없으나 지금보다는 선택지가 적지 않았을까 개인적으로 생각해본다.
오늘 날의 삶의 방식은 가지각색이다.
인터넷과 교통이 발달하고, 코로나로 인해 우리의 삶의 양식조차 바뀌면서
우리는 점점 더 지역의 구분 없이 살아갈 수 있게 되었다.
성공의 방식도 더 다양해졌고, 이 방식들도 빠르게 바뀌어가고 있다.
이런 시대에서 나는 어떻게 살아가고 싶은 건지 아직 정하지 못했다.
한 가지만 못 정하겠다면, 우선순위라도 정하고 싶다.
여러 가지를 한번에 이룰 능력이 없다는 건 스스로 잘 알고 있어서,
하나를 정해 몰입하는 길을 선택하려 한다.
마음이 가는 길을 찾고, 결단을 내릴 용기를 가지고 싶다.
목표를 세워보자면 2021년이 끝나기 전에 길을 정해보고 싶다.
목표도 좋지만 결국 실행이 더 중요하니까 더 늦어지고 싶지 않다.
목표를 정하더라도 필요하다면 언제든 바꿀 수 있잖아?
2021년 4분기, 내 삶을 방향을 정하는 시간을 가져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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