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한 가지 생각이 떠올라 이 곳에 적어본다. 아마 제목보면 대략 어떤 내용인지 짐작이 될 듯 하다.
직장에서 각종 사건사고가 겪고, 가지각색의 사람들에게 치이다 보면 정신이 너덜너덜해진다.
처음에는 각 사람들이 어떤 이해관계에 엮여있는지 모르기에 눈치도 열심히 보고, 가능한 나쁜 관계가 안 생기도록 노력도 했다.
그렇지만 인간관계는 쌍방향인데 나 혼자 조심한다고 다 해결될까.
심지어 내가 컨트롤할 수 있는 영역보다 할 수 없는 영역이 훨씬 큰데.
그 어떤 노력에도 결국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이리저리 휘둘리고,
때로는 오해가, 때로는 부득이한 사건으로 관계가 틀어지는 일이 생기고야 만다.
이런 시간을 겪다 보면 어느샌가 '자기 방어적'인 태도와 생각을 가지게 된다.
누군가의 말 한마디, 행동 하나에 큰 의미를 부여하고 넘겨짚는 행동들은
대개 내가 상처받고 싶지 않아서 '미리 위험을 감지하고 이를 대처하고자' 하는 마음에서 비롯된다.
그러나 이 행동이 의도와 다르게 오히려 내 정신건강을 더 해치고 불안과 우울을 증폭시킨다는 걸 우리는 알고 있다.
추측의 99%는 부정적인 방향으로 흐르기 때문이다.
정확하지도 않은 '나만의 추측'으로 머릿속에서 드라마 한 편을 쓰면서, 오지도 않을 미래의 갈등을 미리 걱정하고 힘들어한다.
내 경우에는 하나의 건수가 생기면 밤에 잠들기 전 별별 추측을 다 한다.
그리고 다음 날 어떻게 대응하지 고민하다가 잠을 설치기도 한다.
이런 시간이 쌓이면 쌓일수록 정말 사소한 일에도 B급 영화 같은 스토리가 그려지고,
피해의식과 자기연민이 자연스레 마음 한구석을 차지하게 된다.
피해의식이 왜 생길까?
내 머릿속에서는 이미 모든 갈등과 피해를 입었고, 그로 인한 스트레스도 이미 다 받았기 때문이다.
자기 연민이 왜 생길까?
대부분 초반에는 '내가 잘못 말했나?' '오해할 소지가 있었나?' '그렇게 행동하면 안 됐는데!' 등 나 자신의 행동과 말에 대해 정죄한다.
그러나 이런 자책이 오래 지속되다 보면 스트레스가 커지고, 이 자책에 대해 '자기 방어적'인 자세를 취하게 되다.
'내가 할 수 있는 거 다했는데, 왜 그러는 거지?'
'난 분명 제대로 말했는데, 저 사람 왜 저래?'
나중에는 이런 생각이 먼저 든다.
스스로의 추측에 대해 스스로 반론하면서 '무고한 피해자'로 나를 포지셔닝하게 된다.
과장되게 표현한 것 같지만, 실제로 뇌내 망상으로 생길 수 있는 의식의 흐름이다.
이렇게 말할 수 있는건 내가 이런 흐름에 따라간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처음은 사소했는데, 결과는 사소하지 않다.
이런 상황이 오면 상대방의 작은 말, 작은 행동 하나하나에 스트레스를 받기에, 관계 유지에 어려움이 느껴진다.
깊은 관계를 맺기 어렵고 옅은 관계를 맺을 수밖에 없다.
그 옅은 관계마저도 무겁게 다가오고는 한다.
사회생활 스킬은 있으니 겉으로는 티가 안 나지만, 속에서는 하루하루가 긴장의 연속.
에너지 소모가 커서 저녁에는 남들보다 더 피곤에 젖어있다.
오늘 이 주제가 생각난 이유는 내가 이 흐름에 빠질 뻔해서이다.
어제 웃으면서 점심약속을 잡았던 분이 오늘 저녁에 갑자기 '일이 생겼다'는 한 문장으로 약속을 취소했다.
취소 연락은 미팅 콜 메일로 왔었고, 퇴근 후였기에 이유에 대해 상세하게 물어보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갑자기 내 머릿속 작가가 일을 하겠다고 컴퓨터 앞에 앉기 시작하더라.
'이유도 안 알려주고 왜 취소하신 거지?'
'갑자기 점심시간에 일이 생겼다고?'
'오늘 같이 일한 것 중에 내가 뭔가 잘못했었나?'
딱 여기까지 생각이 났었다.
'여기서 더 깊이 생각한다 한들 모두 내 추측일 뿐이고, 그 사람에 대한 내 감정만 나빠지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여기서 그냥 생각을 멈췄다.
떠오르려는 생각들을 최대한 무시하고 다른 일을 하려고 했다.
내 머릿속 작가가 아니라 내가 직접 컴퓨터 앞에 앉아 이 글을 적고 있다.
세상사 다 그렇듯 이 능력이 부정적인 면모만 있는 건 아니다.
긍정적으로 표현하자면 눈치가 빠르고, 추리력과 통찰력이 좋은 거다.
사람과 상황에 대해 빠르게 파악채고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추리력 만랩 코난과 관심법 궁예는 한 끗 차이라서 스스로 근본 없는 추측을 조심하고, 안 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왜 인생은 이렇게 보이지 않는 줄타기 같아서 사람을 힘들게 하는 걸까.
이 줄타기를 어떻게 하느냐를 배우면서 어른이 되어가는 거 같다.
궁예처럼 남의 의도와 생각을 함부로 추측하는 것은 나 자신 뿐만 아니라 상대방에게도 실례가 되는 행동이다.
그 사람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가해자'가 되기도 하고, 내가 가진 '부정적인 감정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내가 뭐라고 그 사람을 재단하고 일반화할까.
내가 되고 싶은 어른은 무례하지 않고 주변 사람들에게 믿음을 줄 수 있는 지혜롭고 현명한 사람이다.
그러니 이 기질이 긍정적인 면모로 발휘될 수 있는 방향으로 줄타기를 해나갈 예정이다.
내 건강한 정신을 위해, 상대방에게 실례를 저지르지 않도록. 좋은 인간관계를 맺기 위해
'남의 생각을 넘겨짚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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