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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가고자 하는 방향

지난 금요일, 지인 분에게 오랜만에 연락이 왔다.

퇴근길, 반가운 연락에 안부인사를 주고받다가 특별한 제안을 받았다.

회사 내 Finance팀에 채용공고가 떴는데 혹시 지원해보지 않겠냐는 오퍼 제안이었다.

 

 

 

나는 원래 Finance에 뜻이 있었다.

회계 및 세무, 재무기획 등을 내 커리어 패스로 생각했었는데,

이 직무가 '회사가 어떻게 돌아가고, 어떻게 수익을 얻고, 어떤 성과를 달성하고 있는지' 

가장 깊숙히, 전반적으로 볼 수 있는 직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 생각은 지금도 다르지는 않다.

 

 

 

재무기획에 있으면 장기적으로 회사의 1YP, 3YP를 계획하기도 하고,

단기적으로는 월별, 분기별, 반기별 회사 전반의 수익 및 비용을 관리, 예측한다.

회계에 있으면 재무제표에 들어가는 모든 매출과 비용을 보게 된다.

세무를 담당하면 사업 전반에서 발생하는 수익, 비용들과 그에 따른 세금 전반을 보게 된다. (법인세, 부가세, 관세 등)

 

 

 

 

만약 글을 읽다가 현실과는 조금 틀리더라도 이해를 바란다.

위 내용들은 회사를 다니며 해당 부서들의 업무에 대해 들은 내용을 아주 간략하게 적은 것이고,

회사 마다도 부서별 R&R이 다를 수 있다.

여기서 하고 싶은 말은 회사에서 중요치 않은 부서가 없지만, 그중에서도 Finance는 중요하고 매력적인 직무라는 거다.

 

 

 

이렇게 Finance에 뜻이 있었지만, 내게 열린 길은 조금 다른 방향들이었다.

이 다른 길을 걸어가면서도 나는 미련이 남아 있었고, 그걸 주변 분들에게도 말을 했었다.

이 부분을 알고 있던 지인 분이 기회가 생기자 내게 연락을 주신거다.

 

 

 


 

 

 

제안을 받자마자 우선 감사했다.

어떤 기회가 있을 때, 누군가 나를 챙겨준다는 것은 정말 감사한 일이다.

살면서 스쳐가는 인연이 수없이 많고, 그중에서 인연을 트는 사람은 참 적다.

이 인연들도 잦은 연락을 유지하기란 어렵다.

최소한 나는 자주 연락하는 스타일이 아니라서, 대부분 멀리 떨어져 연락이 뜸한 경우가 많다.

그런 먼 거리에서도 나를 떠올리고 연락 주신 거니까 당연히 고마운 마음이 컸다.

그분에게 감사의 인사와 함께 전반적인 업무 내용과 회사에 대해 물어본 후, 생각해보고 다시 연락드리겠다고 했다.

 

 

 

지난 금요일부터 약 5일간. 

가족 행사도 치르고, 조금 쉬기도 하고, 다시 월초가 돌아오면서 급하게 일도 하고.

이 와중에 이 오퍼가 머리 한구석에서 떠나질 않았다.

 

 

 

'이 곳에 지원해볼까? 하지 말까?'

 

 

 

<장점>

- Finance로 직무 전환 가능 --> 이후 커리어 패스가 지금보다 명확해짐. 지금보다도 이직 용이해질 듯

- 매니저로부터 업무 가이드 및 피드백

- Finance 임에도 아주 예외적이게 칼퇴 가능

- 오피스 위치가 좋아 출퇴근 시간 감소

- 현재 불만족스러운 상황에서 도피 가능

- 지인을 통해 좀 더 쉽게 온보딩 가능

 

 

 

<단점>

- 회사 네임밸류나 규모 감소

- 현재까지의 커리어와는 단절

- 가고자 했던 회사, 직무 포기

- 곧 진행될 글로벌 단위 프로젝트 경험 포기 (이 부분은 다시 글을 쓸 예정이다)

- 회사 내 인프라, 인간관계 사라짐

- 승진 가능성 포기

 

 

 

<기타>

- 회사 연봉이 전반적으로 높지 않아서, 지금 내 연봉을 맞추기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음

  맞추더라도 연봉 상승률을 크게 가져갈 수 있을까 긴가민가

- 회계 지식을 많이 잊어버려서 모두 다시 공부해야 함

 

 

 

 

장단점을 하나하나 생각해보니 더 고민이 되었다.

장점과 단점 모두 확실했고 어느 쪽에 내 마음이 더 쏠리느냐의 문제였다.

지원 기간도 딱 일주일로 정해져 있어서 짧은 기간 내 결정해야 했고

그래서 더 머리가 복잡하고, 생각이 정리가 안되었다.

 

 

 

'아직 내가 붙은 것도 아닌데 생각이 너무 많은 거 아닐까?'라는 고민도 있었다.

이제 오퍼 및 지원 단계이고, 나는 면접에서 떨어질 수도, 연봉협상 단계에서 떨어질 수도 있다.

누군가는 면접 연습할 겸 지원해서 다녀와보라고 말하기도 했다.

나도 이 조언을 처음 들었을 때, 솔깃한 마음이 들어 지원하려고도 했다.

그러나 면접을 보려면 최소한의 준비를 해야 하고, 여기에는 상당한 공부와 시간이 필요하다.

추천해주신 분의 성의도 있으니 대강할 수는 없다 생각했고, 

결국 여기에 들어갈 내 시간과 에너지를 생각하자니 다시 원점으로 고민이 돌아왔다.

 

 

 

'이 회사에 진심으로 가고 싶은가?'

 

 

 


 

 

 

 

그래, 결과적으로는 지원하지 않았다.

장점보다는 단점이 조금 더 크게 다가왔다.

특히 단점들 중에서도 '가고 싶은 회사와 직무'가 주요한 결정 요인이었다.

 

 

 

최근 몇 개월 동안 내 커리어와 이직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을 해왔고,

그 결과 Business analysis로 직무를 이동하고자 마음이 굳혀지고 있었다.

 

 

 

첫째로, 지금까지의 커리어를 버리고 다시 돌아가기에는 조금 아깝다고 생각했다.

둘째로, 실제 업무를 해보니 내가 언제 재미있게 일을 하는지 조금 알게 되었다.

데이터를 분석하고, 인사이트를 찾아, 주요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일을 할 때 내가 성취감을 느낀다는 걸 알았다.

그래서 올해 초부터 데이터 분석 능력을 더 키우기 위해 SQL도 배우기 시작했고,

실제로 5월 자격증 시험도 준비하고 있었다.

그런데 만약 Finance로 다시 가게 된다면 이 길을 포기하거나, 아니면 멀리 돌아서 가게 된다.

결국 이번 오퍼 고민의 중점은 'Finance와 Business analysis 중 어느 쪽을 더 하고 싶은가'였다.

 

 

 

 

<Finance>

상대적으로 연관성 있고, 주변 지인들이 이 분야임. 한번 진입 시 커리어 영역이 명확

- 현재 오퍼가 들어와 있음 (현실적으로 기회가 앞에 있음)

- 전공이 이 분야

- 관련 자격증 소지

- 이번 기회를 잘 노리면 재진입의 가능성 존재

 

 

 

<Business analysis> 

상대적으로 연관성 없고, 내 주변 누구도 가본 적 없는 길. 커리어 영역도 모르겠음.

- 직무를 찾는 것부터 시작

- 현재 업무들 중 일부의 관련성을 잘 찾아 포장하여 직무에 지원해야 함.

- 전공 미 관련 

- 새로운 분야인만큼 진입 가능성을 점칠 수 없음 (불명확함)

 

 

 

 

안정성과 가능성만 보면 Finance가 더 좋은데...

마음은 이성과 달라서 가본 적 없는 길을 가보라고 한다.

이런 고민을 가족들에게도 털어놓고 조언을 받아봤다.

여러 사이트에 각 업무들에 대한 현업자들 이야기도 찾아보고,

다양한 채용 사이트를 돌아다니면서 어떤 업무에 마음이 끌리는가도 보았다.

결국 마음을 따라, 원래 가고 싶었던 직무를 선택하게 되었다.

 

 

 

이렇게까지 고민하게 된 근본적인 이유는

처음 사회에 나올 때 나는 Finance 업무를 하고 싶었고, 이 부분에 아직까지도 미련이 남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오퍼를 계기로 커리어에 대해 다시 진지하게 생각해볼 수 있었고,

마음 한 구석에 남아있던 미련을 떨쳐버릴 수 있게 되었다.

 

 

 

내가 가고자 하는 길은 불명확하고 스스로도 확답할 수 없는데,

그럼에도 이 길에 대한 내 마음을 확인했으니 스스로 확신을 가지고 헤쳐나갈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생각을 정리하고 마음을 다잡을 수 있는 시간이었고,

이번 오퍼를 흘려보내는 것이 아쉽지만 앞으로 이런 좋은 기회가 또 오겠지.

 

 

 

내일은 지인 분께 내 결정을 이야기하고 제안에 대한 감사인사를 해야겠다.

그리고 다시 자격증 공부 시작해야지